Thursday, March 5, 2009

실내화와 체벌

고1때 일이다. 실내화를 빨았는데 뭔가 잘못돼서 마르지를 않았다. 할 수 없이 옆에 삼색 줄무늬가 간 일명 '런닝화'라고 부르는것을 신고 간 적이 있었다.

당시 실내화는 아무 무늬없는 흰색이어야 했으니 따지고 보면 교칙 위반이다. 점심시간에 담임선생에게 복도에서 발각이 났는데, 그 자리에서 당장에 벗고 맨발로 다니라는거였다.

지금도 그런지 모르겠다만 그 시간쯤이면 남자고등학교 복도란게 정말로 흙바닥이다. 한참이나 거기서 사정사정했지만 담임선생의 태도는 단호하고 비정했다. 결국엔 나도 화가 나서 그 앞에서 신을 벗어서 바닥에 패대기를 쳐버렸다.

다른 이유도 있었고 (두발검사에서도 불합격이었다. 너무 짧다고...) 해서 그때부터 자퇴원서를 5번이나 받았다. 물론 그때마다 찢어버리고 선생과 엄청나게 싸웠었다.

공부는 왜 그리도 못했는지...이래저래 겹치기로 무지하게 많이 매를 맞았는데 엄살떠는건 또 죽어도 못하는 성격이라서 길다란 마대자루로 하루가 멀다하고 맞곤 했다.

체벌이라는거. 끔직하다. 졸업후에 그 선생님을 길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아는체도 하지 않고 지나쳐버렸다. 그양반이야 나를 기억 못하시겠지만 나는 너무도 또렷이 기억하고 있지. 수학선생님이셨는데 그래선가? 나는 수학은 지금도 싫다.

2학년이 되었다. 머리카락 이야기는 어디선가 한 것 같다. '얘 머리봐라 얼마나 짧고 좋으냐, 본받아라' 이러는 분이었다.

다시 실내화가 문제가 된다. 어느날, 이번에는 다른 실내화를 가지고 간것도 아니고 아예 잊고 가져가질 않아서 까만 운동화를 신은채로 교실에 들어가서 수업을 받았다.

점심시간에 같이 밥먹자고 온 선생님이 그걸 발견하고 운동화신고 온 녀석들을 모두 찾아서 불러냈는데 반장을 포함해서 5명.

'방과후에 교실청소 너희들이 다 하고 대기해라. 오늘 좀 맞아야겠다' 그래서 납덩이처럼 무거운 마음으로 오후시간을 보내야 했다.

방과후에 청소를 다하고 기다리는데도 선생님이 오시지를 않는거다. 5명이서 의견이 분분했다. '잊어버리신거다. 그러니 그냥 집에 가면 아무일 없을거다'

모두들 그 의견에 끌렸지만 끝내 아무도 달아나지는 못했다. 한참이나 갑론을박한 끝에 결국 교무실로 갔다.

'선생님, 청소 다 했는데요~' 했더니 '어? 그래? 수고했다. 집에들 가라' 하시는거였다. '아니 저 그게 아니구요. 청소 끝나고 때리신다고 했는데요? 실내화때문에...'

뭐 이정도 솔직히 이야기하는 착한 학생들을 때리면 되겠나 싶었는데 '어? 그랬어?' 하고는 득달같이 달려오시더니 힘도 빼지 않고 제대로 다 때리시더라~^^

그 선생님은 지금도 찾아오시고 찾아가뵙는 사이가 되었다. 우리아이 돌잔치에도 오시고...그녀석이 벌써 고등학생 됐다고 나보다 더 좋아해주시고...

2학년때의 그런 체벌은 오히려 즐겁고 뿌듯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게 뿌듯하다는게 어쩌면 잘못된 사고방식 탓인지도 모르겠으나 교사에 의한 체벌은 학생과 교사간에 얼마나 신뢰가 쌓여있느냐에 따라서, 얼마나 서로 이해하느냐에 따라서 느낌도 효과도 달라진다고 믿는다.


10 comments:

nongwoo's me2DAY said...

trackback from: 농우의 생각
실내화와 체벌 고1때 일이다. 실내화를 빨았는데 뭔가 잘못돼서 마르지를 않았다. 할 수 없이 옆에 삼색 줄무늬가 간 일명 '런닝화'라고 부르는것을 신고 간 적이 있었다. 당시 실내화는 아무 무늬없는 흰색이어야 했으니 따지고 보면 교칙 위반이다. 점심시간에 담임선생에..

띠용 said...

전 체벌의 기억은 거의 없는데요, 고등학교때 잘못도 안했는데 쇠자에 맞아서 막 우는척을 했는데 선생님께서 그 때부터 안때리시더라구요;;ㅋㅋㅋ

농우 said...

@띠용 - 2009/03/05 19:31
하하하...선생님도 좋은 선생님이셨네요~^^ 체벌 같은건 제발 좀 싹 없어져야지요~ㅠㅠ;;

회색웃음 said...

교육상 때리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선생님을 무시하는 부모들의 처사도 문제가 되는 듯해요.

학교는 학원과는 달라야 하잖아요.

불건전한 선생님도 문제고~ 자기 잘났네~ 하는 학부형도 문제고~

그런 기사를 보면 마음이 찝찔해요. 뭐부터 고쳐야 할까요??

농우 said...

@회색웃음 - 2009/03/06 01:14
그러게요~어려운 문제지요..저같은 경우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선생님들의 권위를 세워주는 일에 먼저 나서야한다고 봅니다만...요즘 아이들 과잉보호하는 측면이 많은것 같아요...옳지않은 체벌에 관한 반대는 그 일과는 다른 차원으로 진행될 수있을것 같아서 말입니다~^^;;

archmond said...

학창시절의 추억엔 꼭 체벌이 함께하는 것 같네요...

지나서야 이렇게 추억할 수 있지, 당시에는 정말 후덜덜...했지요.

농우 said...

@archmond - 2009/03/06 13:08
하하하 맞아요. 당시에는 정말 후덜덜~~ㅠㅠ;;

회색웃음 said...

남자들은 어떻게 다루는 것이 맞나요? 학창시절에 말이에요..

듣기로는 때려도 말 안듣고 자신이 느껴야 행동으로 옮긴다는 말을 들었는데

사춘기 남자는 어떻게 대해줘야 하는 것인가요?? 예전부터 그것이 궁금했어요.

어떻게 해야 통할 수 있는지, 다가갈 수 있는 지를요. 그렇다고 마냥 내버려두기도 그렇고, 도움도 안되는데 괜시리 매만 드는 것은 더더욱 싫고요. 궁금해요~

농우 said...

@회색웃음 - 2009/03/08 00:19
저같은 경우는 남녀가 뭐 다를게 있겠나 싶습니다. 저는 그냥 눈높이를 상대에게 맞추고 친구처럼 대하는게 최선일거라고 믿어요. 그래서 학교 교사하는 친구들 만나면 늘 그러지요. 일본애니 보냐? 메신저하냐? 온라인게임하냐? 애들이 하는거 하나도 안하면서 걔들을 이해할 수 있냐? 뭐 이런거...ㅠㅠ;;

권씨의 신기한 웹탐험기 said...

trackback from: Rock'n Roll의 추억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아까 오래간만에 Stryper의 In god we Trust를 듣고 싶어서 검색해봤다가 오늘 업무를 종쳐버렸습니다 -_-; 검색한 순간 Gun's N Roses까지 다 검색하고 Mr. BIG까지 모두 검색해버렸네요; 예전에 제가 신기하단 소리를 들었습니다. 80년대에 왕성한 활동을 했던 Rock 그룹을 좋아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