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때는 자기는 애니메이션을 해야한다고 굳이 실업계를 가겠다고 우겨서 곤혹스러웠다. 대학은 안가도 좋으니 하고싶은걸 해야겠다는 녀석에게 안된다고 할수도 없고... 찾다가 찾다가 인천에 애니고가 없다고 포기하기에 은근히 안도했었는데 결국은 '애니과'가 있는 학교를 찾았다고 실업계로 진학하고 말았다.
그런데 진학하고 나더니 첫번 시험에서 성적이 좋았다고 학교에서 진학반에 들어가라고 권유를 했던 모양이고, 녀석도 대학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결국 진학반...이러니 차라리 인문계를 갈것이지...하고 나는 불만이지만 녀석은 그 상태가 좋은 모양이다.
성적이 나쁘지 않은 편이다. 기특한 것은 녀석이 꾸준하다는 점이다. 성적이 꾸준한거야 별로 신경쓰는 바 아닌데 '매일 같이 조금씩 쉬지 말고 공부해야 한다'고 한 내 말을 녀석은 몇년째 그대로 지켜오고 있다. 늘 자정이 가까와서야 잠들지만 주로 하는 짓은 인터넷으로 미드나 일드보기, 게임, 채팅...그런데 그 와중에 공부하는 시간을 늘 끼워넣어 일정하게 지속하고 있다.
하교하면 곧장 학원으로 간다. 집에 오면 밤10시쯤 되는 모양이다. 아이를 학원보내는건 내가 제일 싫어하는 일인데, 가능하면 가지 않았으면 했는데 이건 학교에서 가라고 난리를 치니 별수 없었다. 실업계이다 보니 학교에서 진학을 위한 수업을 다 해줄 수가 없다고 학원에 가라는 상황이라니...
10시쯤 오면 이녀석은 일단 컴퓨터부터 켠다. 그리고는 미드, 일드, 게임에, 트위터에, 블로그에...그러다가 잠드는 모양인데 그 와중에 거르지 않고 공부를 한다는거다. '1시간만 해라'고 이야기하던 것을 내가 먼저 수정해서 '조금만 해라'고 바꿨는데 그야말로 '조금만' 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일본어 배워서 혼자 일본여행 다녀온 녀석이 이젠 미드보면서 영어공부를 한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아까 그 대사 말이야~ 액센트가 정말 맘에 들더라구~ 저절로 외워지더라니까~' 이러는 식이다. 진학상담이라고 오라고 해서 갔더니 '영어를 꾸준히 잘 하고 있어요. 걱정이 안돼요~' 선생이 이러더라. 무척 기분이 좋더라...
어젯밤에 문자가 왔다. '목감기 걸린것 같아' 급히 약을 챙겨가지고 가서 먹였는데도 어젯밤과 오늘 아침으로는 해결이 안된 모양이다. '점심때라도 아프면 약국으로 와라, 저녁때 학원가기전에 들르던가' 등교시키면서 그래놨더니 오후에 문자가 왔다. '약국으로 가?' 오라고 했더니 30여분....
약을 챙겨서 주고 저녁부터 먹고 먹으라고 밥값을 조금 쥐어준다. 그리고 보내는 수 밖에...학원까지 길이 멀다.
녀석 약국 직원들에게는 허리굽혀 정중히 인사를 하더니 문간에서 돌아서서 날 향해서 손을 크게 흔들고 있다. 후후후...저러니 어디가서도 여자라고 인정을 못받는게다. 하는짓이 죄 선머스마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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