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November 28, 2011

로시난테

운전면허 딴게 10여년 된다. 마흔에 들어서야 땄는데 원래는 그냥 면허나 따놓자 했던것이 면허 나오자 마자 중고차매매하시던 둘째매형이 공짜로 중고차 하나 주셔서 그냥 타게 되었다.

사람은 간사한데, 나라는 사람든 그게 좀 심해서, '기름 한방울 안나는 나라에서 차가 왠말이냐' 하던것이 '그냥 면허나 따놓지 뭐'로 바뀌었다가 차가 생기고 나니 정말 오래된 차였는데도 하루도 안끌고 다닌 날이 없는것 같다.

문제는 부모님도 타시고, 아이들도 타니 늘 고장이나 사고가 걱정이라, 이리되니 당연한 순서로 '새 차'를 꿈꾸게 되는가보다.

그 차 몇년 타고, 다시 중고차로 카렌스를 친구녀석에게 사서 타고 다녔는데, 이거 가지고 참 전국 방방곡곡 쏘다니기도 많이 했다.

'탈것'하면 떠오르는게 말이다. 말 하면 떠오르는 이름은 역시 로시난테...그래, 이 시커먼 카렌스를 '로시난테'라고 부르며 다녔다. 그렇게 불러봐야 눈치채고 알아먹는 놈은 한둘이고 다들 무슨 소린가 하고 웃고 만다. 생각보다도 일단 '로시난테'가 뭔지도 모르는 놈들이 많은데 놀랬다.

중고차는 늘 고민이 그거다. 고장. 아이 태우고 타이어가 터져버리는 경험도 했고, 12월 한참 추운날 자정에 도로에서 차가 멈춰버려서 차안에서 얼어있다가 견인차에 끌려서 집에 오기도 했고, 큰누나 수술하신다는 소리 듣고 달려오던 길에 차가 퍼져서 공연한 곳에 전화걸어 욕을 해가며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었다.

로시난테하고 같이 다니며 이런 저런 일들 겪어봤고, 심지어는 신호를 잘못보고 달리다가 마주오는 택시와 충돌해서 혼이 나기도 했으니...그럭저럭 차 가진 사람 티는 내고 다닌 셈이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을때쯤 새 차를 사기로 했다. 수리비에 뭐에 고민하느니 새 차 사고, 적당한때에 중고로 팔면서 다시 새차 늘려가면 되겠다싶었던것. 그래서 산게 또 카렌스2인가 하는 놈이었으니 이놈도 당연히 '로시난테'라고 불렀다.

무지하게 돌아다니기도 했다. 조로였나? 딱 3년이 지나가면서 슬슬 여기저기 고장이 나기시작하더니 심심하면 돈을 잡아먹는다. 결국은 지난 여름 휴가 가던 길에는 에어컨이 고장이 나서 그야말로 찜통 휴가를 다녀와야했다.

4년이 지나고...아무래도 바꿔야겠구나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여기저기 고장이다. 아내는 늘 생각이 '이왕이면 조금 큰 차'였다. 이유는 단 한가지. 아버지 산소에 갈때나 할아버지 제사에 갈때나, 식구들이 여유있게 다 타고 다닐 수 있는 차가 있었으면 하는거였다. 우리식구만 여섯, 거기에 몸이 불편한 큰누나, 어딘가 가려고 생각하면 모시고 가고싶은 사람도 많으니...

결국 큰맘 먹고 바꾸기로 했다. 이리저리 알아보고 고민끝에 결정한건 '그랜드 카니발 11인승'...가정용 승용차로는 좀 큰데 일단 사서 의자를 한열 떼어내면 8~9인승이 되고 트렁크로 쓰기도 뒤 공간이 넓어질것 같다.

24일날에 차가 나왔다.


나오자 마자 강화도로 달렸고, 나오자 마자 김장 김치를 한 차 가득 싣고 여기저기 배포했다.  흐뭇하고 자랑스럽다. 원래 내가 면허를 따고 싶어했던 단 한가지 이유는 '모임이 늦게 끝나고 집에 갈 걱정하는 사람들 데려다 주고 싶어서'였다. 결국 '이분 저분 다 모시고 다니고 싶어서'였던 아내와 이래저래 죽이 잘 맞은 셈이다.

차는 크고 묵직한데 그동안 LPG차량만 몰던 내게는 신천지다. 힘이 좋고 잘 달린다. 내부가 넓으니 아이들도 좋아라한다.

이 차. 그만큼 유용하게 써야겠다. 차는 어차피 탈것. 많은 분들이 편하게 타시도록 해야겠다. 많은 일들 해서 덕을 좀 봐야겠다.

로시난테 라고 또 부르기가 좀 애매해졌다. 카렌스에서 카니발로 바뀌었으니...그래서 생각나는게...왜 우리나라엔 이런 멋진 말 이름이 붙은 고사나 소설이 없는게냐! 하는 엉뚱한 투정...김유신 장군의 말은 이름이 뭔지 모르겠고...기껏 생각나는 적토마는 우리나라 얘기가 아니다. 이거 참...뭐라고 애칭을 새로 만들어내기도 힘들고...

결국 다시 로시난테여야겠다. 환생에 환생을 거듭해서 나와함께 짐을 싣고, 내 고마운 분들을 태우고 끊임없이 달려가는 로시난테...여야하겠네...

그러고보니 면허따고 타고 다닌 차들이 중고부터 새차까지 죄다 기아자동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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