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January 18, 2012

결핵


어머니가 갑자기 '결핵에 좋은 영양제'를 말씀하신다. 요새 결핵이...듣다보니 이종사촌 동생녀석이 결핵이라는건데...무슨 결핵인지 확실한것도 아니고...이모가 영양제를 하나 먹이고 싶다고 하셨다는거다.


이틀인가 잊어버리고 있다가 생각나서 비타민제를 대충 하나 챙겨놓았다. 그런데 이모네 여동생이 전화를 했다. '결핵치료제'를 뭘 먹어야 하느냐는거다. 그거 보건소에 가서 진료받고 처방 받아라, 영양제는 오빠가 하나 챙겨다주마


이모...평생을 이모부 뒷바라지에 눈물로 지내오신 분이다. 평생을 일정한 직업없이 건달로 살며 행패를 자주 부렸던 이모부, 아들 둘에 딸하나를 두었는데 아들 둘은 내가 만나는것조차 싫어할 정도로 불량스럽다. 큰녀석은 대학까지 나왔는데 여전히 불량스럽고 둘째는 제 아버지를 쏙 빼닮은 외모에 하는짓도 똑같다. 여동생하나 제대로인건가?


늘그막에 중풍으로 고생하시던 이모부, 그 이모부 혼자둘 수 없다고 고향에도 못가셨던 이모, 그래도 이모부 돌아가시니 '더 사랑하지 못한게 미안하고 후회스럽다'고 하시던 우리 이모...그 망나니 같은 자식들에게도 여전히 그런 사랑으로 지내시는게다. 길거리에서 보면 영락없이 늙고 가난한, 쭈그렁 할머니인데...


부부간의 일은, 다른 집안의 일은,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고 해도 함부로 판단할 것이 못된다. 내가 보기에 불량스러운 동생들이 제 어머니 생각은 끔찍히도 한다. 물론 제 어머니라고 그 앞에서 불량스럽게 굴지 않는것도 아니건만 남들이 뭐라하면 참지를 않는다. 그 '남'이란게 이모던 고모던 외삼촌이던 가리질 않아서 문제다만...


부모란 그런것이고 가족이란 그런것일게다. 내야 아주 싫어하는 동생들이지만 그래서 외면하기도 힘들다. 이모가 생존해 계신거고, 그 가족 나름대로 알콩달콩 서로 의지하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것일게다. 


생긴걸 봐서는 늙어 애처로운 이모보다 둘째 녀석이 먼저 죽을것처럼 보인다. 특별한 병이 없었을때도 그랬는데 이제 결핵까지 걸렸다니 보나마나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래도 만에 하나 그리된다면, 그놈이 그런 불효까지 저지르게된다면 이모는 또 '더 사랑하고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울먹일게 틀림없다. 


우리 이모, 천사같은 분이다. 그래서 그 자녀들에게도 함부로 하지못한다. 어딘가에 그 본성이 숨어있을테고, 어려서 그걸 끄집어내지 못해 불량스럽게 보일지라도 이모 눈에는 그 아름다운 모습이 보이는것일테다.


설 선물이다 생각하고 영양제 하나 가져다주려고 한다. 첫번째 이유는 이모가 원하시는 일이기때문이지만 두번째는 녀석이 내 동생이기 때문이다. 이종사촌이지만 친동생처럼 가까이 살아온 놈이다. 그 가족 안에서, 제 부모 걱정하고 제 형제 사랑하는 그런 놈이기 때문이다. 밖에서 봐서야 영락없는 날건달에 호로자식이지만...


결핵이라는 소리에 이종사촌 동생하나 새로 생각해보게 되었다. 
너도 얼마나 아프고 힘들었느냐. 
얼마나 억울하고 답답했느냐.  내 동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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